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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듀’ 사태 겪고도…CJ ENM 또 ‘갑질’로 구설 [이슈&톡]

2021. 01.13. 15:39:07

CJ ENM 티오오 매니지먼트 권한 갑질 의혹

[티브이데일리 김지하 기자] ‘프로듀스’ 시리즈 순위 조작 논란으로 홍역을 치렀던 CJ ENM이 ‘갑질’로 또다시 구설에 올랐다. 역시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론칭한 아이돌 그룹의 매니지먼트 계약을 두고 담당 연예 기획사와 의견이 엇갈린 가운데,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전형적 갑질’이라는 시각을 보이고 있다.

그룹 티오오(TOO)의 매니지먼트를 맡아온 n.CH엔터테인먼트(이하 n.CH) 측은 13일 티브이데일리에 CJ ENM의 ‘일방적 업무종료 통보’에 대한 입장을 전했다.

이에 따르면 CJ ENM과 n.CH는 지난 2018년 10월 아이돌 육성 공동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당시 연습생 캐스팅과 트레이닝, 데뷔부터 7년 동안의 매니지먼트 및 홍보를 n.CH가 맡고 음반 제작과 마케팅은 CJ ENM이 업무를 분담하기로 협의했다.

이를 통해 론칭한 프로그램은 지난 2019년 10월부터 12월까지 방송된 엠넷 ‘월드 클래스’(World Klass)다. 20여 명의 연습생 중 10명을 선발, 10인조 아이돌 그룹 TOO를 데뷔시켰다.

방송 기간은 2주에 불과했지만, 1년여 전부터 기획됐던 프로그램으로 지난 2018년 10월 CJ ENM이 먼저 n.CH에 아이돌 그룹 공동 제작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n.CH의 주도 하에 오디션 프로그램 출연진 캐스팅 및 준비 작업이 이뤄졌고, 지난 2019년 5월부터 ‘월드 클래스’ 촬영을 시작했다.

당시는 엠넷 ‘프로듀스’ 시리즈 순위 조작 사태가 불거진 직후였다. 엠넷의 오디션 프로그램에 대한 신뢰도가 하락한 상태였지만, 나름의 성과를 냈고 TOO라는 그룹이 탄생했다.

이듬해인 지난해 1월 데뷔를 목표로 준비해 온 TOO는 몇 차례 연기 끝 그해 4월 정식 데뷔했다. 티브이데일리 취재에 따르면 데뷔 직전인 3월, n.CH로 돼 있던 아티스트 전속계약은 CJ ENM으로 이관했다. CJ ENM의 요청에 따른 결정이었다.

데뷔 때까지는 별다른 이견이 없었다. 데뷔 직후 매니지먼트 계약에 대한 합의도 비교적 원활했다. 하지만 문제는 이 때부터 발생했다.

n.CH에 따르면 CJ ENM 측에서 내부 승인이 완료됐다는 통보와 함께 양사 합의된 7년 매니지먼트 업무 계약서 날인본을 송부하겠다는 연락을 받았지만, 날인본은 몇 개월 동안 도착하지 않았다.

계약서가 존재하지 않았던 관계로 n.CH는 그해 8월까지 매니지먼트 업무에 대한 실비 및 업무비를 받지 못한 채 업무를 진행했다.

n.CH는 그해 8월 CJ ENM에서 내부 감사 이슈 등을 들어 약식계약서 작성을 부탁하자, 지난 2019년 12월부터 그해 8월까지로 한정된 계약서를 작성했다. 이 계약서에 3개월 내 매니지먼트 본 계약에 대한 문구가 포함됐다.

하지만 CJ ENM은 한 달 후 내부 경영방침 변경 등을 이유로 돌연 공동프로젝트 ‘원천 무효’를 주장했고, n.CH의 TOO 매니지먼트 업무 종료를 통보했다. 이를 이유로 TOO의 세 번째 앨범 발매 일정 역시 기약 없이 밀린 상태다.

n.CH 관계자는 “CJ ENM 측이 정해준 데뷔 스케줄에 맞추기 위해 7개월 만에 20명의 연습생을 캐스팅하고 트레이닝했다. 일정이 너무 빠듯해 어쩔 수 없이 기존의 자사 연습생들도 포함시켰다. CJ ENM의 일방적인 통보에 우리가 책임지고 성공시키겠다고 약속하고 계약한 TOO 아티스트들이 눈에 밟히고, 도의적 책임을 느낀다. 이에 CJ ENM 측에 아무런 대가 없이 무상으로 매니지먼트 업무를 하겠다는 제안까지 했지만 이마저도 거절당했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관련해 CJ ENM 측은 “n.CH와의 매니지먼트 대행 계약은 지난해 8월부로 종료됐다. 계약기간 종료 후 3개월 이내에 상호 합의해 추가 계약을 체결한다는 부분이 있었고, 협의를 진행해왔지만 긍정적 결론에 도달하지 못했다. 그래서 최종적으로 n.CH와 대행 계약을 안 하는 것으로 결정했다”라는 입장을 전했다.

역시 TOO의 컴백이 미뤄지는 것이 안타깝다면서도 아티스트 계약 기간 7년 동안 매니지먼트 계약을 지속한다는 것 자체가 납득 불가한 조건이라는 입장도 나타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CJ ENM의 전형적 ‘갑질’이라는 쪽에 무게를 두고 상황을 해석하고 있다. 대기업인 CJ ENM을 믿고 계약된 전속계약을 이관해 준 후 말을 바꾸는 형태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중소 기획사 입장에서는 이견을 내기도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한 연예 기획사 관계자는 “아이돌 그룹 한팀을 키워내려면, 캐스팅과 교육 훈련 및 평가, 제작과 데뷔까지 최소한 4~5년은 걸린다. 상당한 비용 역시 동반된다”라면서 “‘프로듀스’ 시리즈를 통해 획기적인 수익구조를 발견한 CJ ENM 측은 직접 할 수 없는 아이돌 육성 업무를 기획사의 능력을 빌려 짧은 시간 안에 해내고, 힘없는 기획사를 아웃시키는 식으로 모든 이익을 독점하려고 한다. 전형적 갑질로 보인다”며 날을 세웠다.

또 다른 기획사 관계자는 “이런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기획사들 입장에서는 별다른 의견을 내지 못하고 묵인해야 하는 게 현실”이라며 “피해를 입고도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기획사가 몇이나 될까 싶다”라고 전했다.

일부에서는 ‘순위 조작’ 논란으로 난항을 겪으며, 반성하는 마음으로 K팝과 엔터 업계를 위해 투자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던 CJ ENM이 1년도 되지 않아 이런 구설에 휘말렸다는 것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프로듀스’ 시리즈의 투표 결과 및 순위 조작이 사실로 드러난 후인 지난 2019년 12월, 당시 CJ ENM 허민회 대표는 사과 기자회견을 열고 “엠넷 오디션 프로그램 순위 조작으로 피해를 입은 연습생에 대해 책임지고 보상하겠다”면서 프로그램과 가수들의 활동을 통해 얻은 이익과 향후 발생되는 이익을 합쳐 약 300억원 규모의 기금 및 펀드를 조성해 업계 발전에 이바지하겠다고 했다.

피해자 명단 공개 후에도 보상 관련 내용이 제대로 공개되지 않아 논란이 됐던 가운데, 또다시 오디션 프로그램 관련 내용으로 잡음이 생기며 신뢰도 하락이 불가피해 보인다.

한편 CJ ENM은 ‘프로듀스’ 시리즈 조작 파문 이후에도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을 계속 제작하고 있다. ‘월드클래스’에 이어 ‘캡틴’ ‘아이랜드’ 등을 제작했고, ‘걸스 플래닛 999’는 방송을 앞두고 있다.

[티브이데일리 김지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안성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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