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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 보다 성취감 중요… 한소희, 다음 성장을 기다리며 [인터뷰]

2020. 05.31. 11:26:02

[티브이데일리 김지현 기자] 애정을 가지고 지켜 본 배우의 성장은 반갑다. 연기를 꿈꾸는 누군가가 일련의 경험을 통해 배우로 성장하고, 제 옷에 맞는 캐릭터를 만났을 때 뿜어져 나오는 시너지를 관람하는 건 쾌감을 선사한다. 최근 종영된 SBS '부부의 세계'의 한소희(25)가 그렇다. 전작에서도 신예답지 않은 패기가 엿보였지만 이 작품을 통해 한 뼘 더 키가 자랐다.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되려는 5월 말의 날씨와 한소희는 같은 온도를 하고 있었다. 촬영이 끝난 지 몇 주가 지났지만 아직 여운이 가시지 않은 분위기다. "캐릭터와 실제의 나를 빨리 분리하는 편"이라고 말했지만, 어제의 일처럼 묘사하는 생생한 손짓들과 감흥에 젖은 눈빛이 그가 아직 여다경에 빠져있음을 짐작케했다.

"여다경이 벌을 받길 바라면서도 캐릭터에서 빨리 벗어나기 위해 나도 모르게 엄격하게 생각하게 된다"고 말하는 그에게서 제법 배우의 향기가 났다. 캐릭터와의 밀착, 거리두기까지 감정의 강약을 조절할 줄 알게 됐다. "많은 것을 가진 다경이가 유부남과 사랑에 빠는 것 자체가 상식선에서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기에 캐릭터에 다가가는 게 쉽지는 않았어요. 결말에서 다경이가 왜 벌을 받지 않느냐고 물으시는데 저는 벌을 받았다고 생각해요. 앞으로 다경이는 어떤 사람을 만나도 행복하지 않을 것 같아요. 계속 의심에 빠질테니까. 다경이는 행복하면 안 될 것 같아요.“

수 개월 간 동고동락한 제 캐릭터을 냉정히 판단하는 그녀의 말은 의외였다. 정말 그렇게 생각하냐는 질문에 한소희는 “사실은 다경이를 빨리 몸에서 빼고 싶어서 나도 모르게 그렇게 생각하려고 노력하게 된다”고 답했다. 그런 노력이 오히려 캐릭터에 대한 애정을 느끼게 했다. 촬영 내내 다경이가 처한 상황과 감정들에 실제 자신이 상처를 입는 것처럼 느껴졌다.

“실제로 준영이가 싫었고, 태오(박해준)에게 애원하는 장면에서도 상처를 받았어요. 같이 불륜 여행을 떠난 예림(박선영)이가 화장실에서 다경이를 몰아부치는 장면은 너무 가혹하게 느껴졌죠. 다경이가 가장 슬펐던 순간은 ‘내 결혼은 달라’라는 말을 할 때죠. 사실 그렇지 않은 거잖아요. 선우(김희애)의 가정이 완벽하지 않은 것처럼 다경의 가정도 문제 투성이었죠. 이 작품을 통해 결혼, 부부에 대해 생각해보게 됐어요. 다들 그 소감을 궁금해하더군요. 전에도 그런 생각을 했지만 결혼이라는 건 절대 쉽게하면 안되는 거라는 걸 깨달았어요. '부부의 세계'에서 가장 큰 피해자는 어른들이 아니라 아이들이거든요. 결혼 보다 아이를 낳는 걸 더 신중히 판단해야 할 것 같아요. 하지만 보도된 것 처럼 비혼주의자가 되기로 결심한 건 아닙니다.(웃음)”

'부부의 세계'의 관전 포인트는 단연 욕하면서 보는 재미가 아니였을까. 이태오가 남긴 '사빠죄아'(사랑에 빠진게 죄는 아니잖아)는 종영이 된 후에도 회자가 되는 인기 대사다. 두 여자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이태오를 비롯해 바람둥이 손제혁(김영민)까지 '부부의 세계' 속 남자주인공들은 로맨틱함과 거리가 멀었다. 한소희가 본 최악의 남자주인공 순위는 무엇일까. 예상 외의 답변들이 나왔다.

"태오 보다 손제혁(김영민)이 나빠요. 박인규(이학주)와 태오는 자기 행동에 대해서 반성이라도 하는데 제혁은 그렇지 않잖아요. 마지막회에 또 다른 여자와 만나는 걸 보고 와, 질려버렸어요. 좀 변하나 싶더니 역시 사람은 고쳐 쓰는 게 아니네요.(웃음) 2위는 역시 인구죠. 사람이 사람을 때리는 건 이유 불문 용납이 되지 않는 일이에요. 마지막으로 3위는 제 남편 태오요. 솔직히 후반에는 태오라는 캐릭터가 짠하게 보였어요. 그런 생각을 하는 제 자신이 불쾌할 정도로 안쓰럽더군요."

‘부부의 세계’가 종편 드라마 사상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할 정도로 사랑 받은 것에 대해서는 “해석할 수 있는 여지가 많은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불륜이라는 소재가 자극적이지만 현실에서 벌어질 법한 일들(현실은 더 한 일들도 있다고.)이고, 캐릭터들 역시 현실에서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감정을 이입하는 대상에 따라 상황이 다르게 해석될 수 있는 것도 이 드라마의 매력이라고.

“예로 설명숙(채국희)같은 캐릭터는 현실에서 있을 법하죠. 이 드라마는 100% 착한 사람이 없어요. 근데 현실도 그렇지 않나요. 나 조차도 내 주변 사람들에게 '착하기만 한 사람'이라는 말을 들을 자신이 없어요. 그런 현실성 때문에 시청자들이 몰입할 수 있었죠.”

한소희는 가장 인상적인 신으로 식탁신을 꼽았다. 선우가 이태오와 이다경의 불륜을 폭로하는 장면이다. 기라성 같은 선배 김희애의 뒤통수를 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했지만, 막상 김희애의 얼굴을 보면 살짝 겁이 났다.

“과거엔 롤모델이 없었거든요. 근데 이번에 김희애 선배를 보고 ‘나도 저런 멋진 배우가 되고 싶다’고 막연히 생각했어요. 마주하는 장면이 많았는데 선배가 정말 1분 1초도 흐트러짐없이 그 상황에 집중하는 걸 보고 놀랐죠. 촬영 내내 지선우라는 인물의 감정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게 눈에 보였거든요. 심지어 대본 리딩을 할 때도요. 그런 선배에게 제가 인사를 하거나 말을 걸면 그 감정이 깨지지 않을까 걱정될 정도로 집중력이 대단했어요. 더 감사한 건 단독 바스트 신에서 제가 몰입할 수 있도록 본인 신을 연기할 때 보다 더 강하게 표현해주신거에요. 식탁신에서도 '편하게 때리라'며 안심시켜주셨죠. 덕분에 무사히 마칠 수 있었죠. 지금까지 그렇게 해주신 선배들이 한 번도 없어서 인상적이었어요. 엄청난 에너지가 있는 분이세요.”

한소희는 ‘부부의 세계’를 통해 배우로서도 인간으로서도 성장했다고 털어놨다. 현장에서 많은 걸 배웠고 좋은 작품을 만났을 때 연기하는 배우로서의 재미도 느꼈다. 결과적으로 성취감도 좋았다. 수 많은 사람들이 만나 시너지를 이뤄야하는 드라마라는 장르에서 ‘내가 못하면 창피한 것’이라는 걸 배웠고, 그 창피함을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는 걸 배웠다.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 연기를 하는 게 아니라는 것도 알았어요. 이 일을 오래해야 겠다고 다짐하게 됐죠. 인간으로서 성장한 느낌이 들어 더욱 감사한 작품이에요. 성공 보다는 성취감이 중요하거든요.” 하지만 한소희는 연기를 배우기 위해 대학에 진학할 생각은 없다. 거창한 이유로 진학을 포기한 것은 아니다. 눈 앞에 놓여진 것에 최선을 다하고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고 싶다는 그다. 최근 화제가 된 타투와 담배 이슈에 대해서는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그때의 나도 현재의 나도 같은 사람”이라는 현명한 답변을 내놓기도 했다.

“차기작을 열심히 보고 있어요. 고민이 많아졌죠. 퇴보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커졌어요. 사랑에 올인하는 캐릭터를 자주 맡아서 이번엔 철저히 사랑이 배제된 작품과 캐릭터를 해보고 싶어요. 남녀의 사랑이 아니라 다양한 사랑의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작품이면 좋구요.” 데뷔 3년 차. 현재의 스포트라이트에 심취하지 않고 벌써 다음 성장을 준비하는 한소희에게서 단단한 내공이 느껴졌다.

[티브이데일리 김지현 기자 news@tvdaily.co.kr /사진=9아토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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