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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미투', 예외란 없었다 [상반기결산]

2018. 07.05. 10:10:10

미투 운동으로 성추문에 휩싸인 대중문화예술인들 이윤택 조재현 김기덕(위부터 시계 방향)

[티브이데일리 연휘선 기자] 1월 29일 서지현 검사가 검찰 내 성폭행 의혹을 폭로한 이래 한국 사회는 '미투(Me Too, 성폭력 고발 캠페인)' 운동으로 요동쳤다. 연예계도 예외는 아니었다. 수많은 피해자들이 차츰 용기를 내기 시작했다. 공소시효가 지날 만큼 오래 묵힌 상처부터, 최근까지 가해진 성폭력 피해를 폭로하며 '미투' 운동에 동참한 것. 이로 인해 숱한 '믿고 보는' 연예인들이 대중의 믿음을 잃었다. 여전히 '미투' 운동은 현재 진행형인 상황, 2018년 상반기 연예계 성폭력 고발의 역사를 되짚어봤다.

◆ 연극계, 대중 예술의 산실에서 '미투' 운동의 시발점으로

연예계 '미투' 운동의 시작은 연극계였다. 2월 11일 연극배우 이명행이 과거 공연에서 여성 스태프를 성추행했다는 폭로를 시인하며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다. 이후 이명행은 출연 중이던 연극 '거미여인의 키스'에서 하차하며 자숙에 돌입했다. 평소 대중 앞에서 흠 없는 연기력과 인망으로 이름을 알렸던 이명행이었기에 대중은 더욱 충격에 휩싸였다.

그러나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극단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이었던 연극연출가 이윤택을 둘러싸고 '미투' 폭로가 쏟아진 것. 휴식시간에 성기 안마를 시키고, 연기 연습과 지도 과정에서 음부를 만지거나, 피해자가 성폭행당한 뒤 임신하자 낙태를 종용했다는 등 그 내용도 각양각색이었다. 폭로들에 신빙성을 더해주듯 후배 연출가부터 배우까지 이윤택의 슬하에 있던 연극인 대부분이 폭로에 동참하고 지지를 보냈다. 이윤택을 향한 규탄에 성별의 구분은 없었다. 이후 피해자들은 공동변호인단과 함께 이윤택을 집단 고소했다. 하지만 이윤택은 6월 20일 치러진 첫 번째 공판에서 "합의한 내용이었다", "강제성이 없었다"며 관련 혐의를 부인했다.

또한 연극배우 김태훈은 교수로 있는 세종대학교 영화예술학과 학생을 과거 성폭행 및 성추행한 폭로에 휩싸였다. 그는 당초 물의를 일으킨 데에 사과문을 발표하며 학교 측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중학생인 딸이 자신의 일로 상처받자 최근 명예회복을 위해 진실을 밝히겠다며 반박 입장을 내며 일부 언론사에 정정보도문을 요청했다. 이에 학과 비대위와 교수진은 김태훈의 일방적인 주장으로 정정되는 보도는 2차 가해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그럼에도 김태훈은 세종대 성폭력 진상조사위원회로부터 '혐의 없음' 처분을 받았다고 다시금 반박한 상태다.

이밖에도 이윤택과 막역하고 연희단거리패의 근거지 중 하나인 밀양연극촌의 하용부 촌장도 이윤택과 함께 후배 연극인을 성폭행한 행적이 드러났다. 더불어 극단 목화 대표 오태석, 극단 명태 대표 최경성, 연극연출가 김석만 등이 '미투' 운동을 통해 성추행 의혹에 휩싸였다. 심지어 극단 번작이 대표 조증윤은 미성년자를 성폭행한 혐의로 구속돼 대중을 공분케 했다.

유독 연극계에서 추앙받던 연출가 및 지식인들의 숨겨진 민낯은, 대중문화 안에서도 순수 예술에 가깝다고 평가받던 연극계 전반에 극심한 배신감을 일으켰다. 관계자들은 서열이 엄격하고 폐쇄적인 국내 연극계 시스템이 현 상황을 야기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연출가가 배우 분량부터 스태프 채용 여부까지 관여하는 절대적 권한을 갖는 것을 경계했다. 이에 단순히 '미투' 운동을 통한 폭로가 가해자 개개인의 반성과 처벌을 넘어 연극계 전반의 성찰로 이어졌다. 나아가 연극계 체제 변환의 필요성을 대두시켰다.

◆ '믿고 보는 배우'들의 몰락

물론 연극계만 '미투' 운동으로 들끓었던 것은 아니었다. 드라마와 영화를 넘나들며 활약하는 소위 '믿고 보는 배우'로 불리던 오달수, 조민기, 조재현, 최일화 등에 대한 폭로가 이어져 충격을 줬다.

먼저 오달수는 과거 연희단거리패 활동 당시 후배 극단원들을 성추행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당초 그는 침묵을 고수하며 관련 의혹을 부인했으나, 추가 폭로가 이어지자 끝내 "기억은 나지 않지만 사죄드린다"는 식의 미온적인 사과문을 발표했다. 이후 본가인 부산에 내려가 칩거했다. 그가 출연 예정인 작품들은 모두 통편집, 제작 중단, 캐스팅 교체 등의 피해를 감수해야 했다. 특히 이미 촬영을 마친 '신과 함께2'는 배우를 교체해 재촬영을 해야 했다.

조민기는 교수로 있던 청주대 학생들을 대상으로 지속적인 성폭력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그 또한 관련 의혹을 부인했으나 학생들의 폭로가 거듭되자 과오를 인정했다. 이어 경찰 출두 의사까지 밝혀 수사의 긴장감을 고조시켰으나, 경찰 조사를 앞두고 극단적인 선택으로 생을 마감해 대중에게 충격을 안겼다.

또한 조재현은 과거 드라마 촬영장 막내 스태프부터 교수로 있던 경성대 학생은 물론 최근엔 후배 배우를 성폭행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그는 비교적 빠른 입장문을 발표하고 자숙하겠다는 공식 사과문을 냈으나, 6월 22일 돌연 "저는 누구도 성폭행하거나 강간하지 않았다"고 입장을 번복해 진실 공방을 야기했다.

그런가 하면 최일화는 2월 25일 과거 연극 작업 중 성추행 논란이 있었음을 자진 폭로했다. 그는 피해자의 폭로로 인한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스스로 과오를 고백한다고 설명했다. 이후 최일화는 한국연극배우협회 이사장직을 내려놨고 출연 예정이었던 MBC 드라마 '손 꼭 잡고 지는 석양을 바라보자'와 이미 촬영을 마쳤던 영화 '신과 함께2', '협상'에서도 하차했다. 이는 지금까지 전무후무한 성추행 의혹 '자진 폭로' 사건으로 남았다.

◆ 영화계 거장의 이면

영화감독들도 '미투' 운동을 통한 성추문에 휩싸였다. 그중 가장 대중을 공분케 한 것은 영화 '피에타' 등으로 베니스영화제 작품상을 수상하는 등 굵직한 활약을 보였던 '거장' 김기덕 감독이었다. MBC 교양 프로그램 'PD수첩'은 김기덕 감독이 과거 숱한 작품에서 여성 스태프들을 상습적으로 유린했다고 공개했다. 또한 감독과 다수의 작품에서 호흡한 조재현도 이에 동참했다고 알려졌다. 하지만 김기덕 감독은 역으로 'PD수첩' 제작진을 고소하며 무고함을 주장했다.

영화감독 조근현의 경우 지난해 프로젝트 작품 오디션에서 신인 배우를 성희롱한 과거가 드러났다. "여배우는 연기력이 중요한 게 아니다. 여배우는 여자 대 남자로서 자빠뜨리는 법을 알면 된다"는 발언이었다. 이어 조근현과 미팅 당시 성희롱 발언을 들었다는 폭로 글이 추가로 등장했다. 공교롭게도 폭로가 불거진 2월 조근현 감독은 영화 '흥부' 개봉을 앞두고 있던 터. 관객들 사이에선 거센 보이콧 조짐이 일었다. '흥부' 일정에 전면 불참한 그는 뒤늦게 해외에 출국한 일이 알려지며 도피 의혹까지 샀다.

영화계 '미투' 운동은 이성을 넘어 동성 간 성폭행 및 성추행 폭로로도 이어졌다. 먼저 3월 1일 영화 '연애담'의 이현주 감독이 지난해 12월 한국영화아카데미 동기였던 만취한 여성 감독 B 씨에게 유사 성행위를 가한 혐의로 징역 3년, 집행유예 3년 형을 판결받은 게 드러났다. 이현주 감독은 폭로 이후 미온적인 사과와 함께 재판 과정에 항변하는 입장을 발표했다가, 한국영화아카데미 측과 조직적으로 사건을 은폐한 점이 드러나 역풍을 맞았다. 그는 한국영화감독조합에서 제명당했고 지난해 '연애담'으로 수상한 여성영화인 모임의 감독상도 반납했다.

반면 이해영 감독은 잘못된 '미투' 폭로로 인해 커밍아웃까지 감수했다. 3월 4일 SNS 상에서 익명의 글쓴이가 지인들과의 여행에서 동성인 이해영 감독으로부터 성추행당했다고 주장한 것. 이해영 감독은 해당 글에서 실명이 드러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사건의 주인공이 자신이며 성추행 의혹은 사실무근이라고 공표했다. 또한 그는 성소수자로서 강압적으로 성 정체성이 밝혀지고 허위사실로 명예가 실추된 데에 대한 법적 대응을 알렸다.

이 밖에도 영화감독 출신의 김영빈 전 부천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 집행위원장은 2013년 10월 부천 국제영화제 조직위원회 사무실에서 영화제 전 프로그래머를 강제 추행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 또한 조현훈 감독이 2013년 인디포럼 영화제 술자리에서 여성 스태프를 성추행한 일, 올해 인디포럼 영화제에 초청된 한 남성 감독이 이송희일 감독으로부터 성추행당한 일 등이 폭로됐다. 영화계 역시 연출자의 권위를 이용해 피해자들을 유린했다는 점에서 연극계 '미투'와 유사한 경향을 보였다.

◆ 가장 치열한 진실 공방, 가요계 '미투'

가요계는 연예계 '미투' 운동 중 가장 진실 공방이 치열한 양상을 보였다. 가요계 첫 '미투'라 할 만한 가수 겸 드러머 남궁연은 최초 익명글부터 다섯 차례의 관련 폭로가 이어질 동안 초지일관 "사실무근"이라며, 오히려 명예훼손 및 무고죄 등의 고소 고발 의지를 밝혔다. 이에 해당 피해자들이 뉴스에 출연하며 억울함을 호소했고, 남궁연의 강경 대응에도 굴하지 않는 결기를 보여줬다. 이후 남궁연은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억울함을 호소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룹 비원에이포(B1A4) 멤버 산들과 투에이엠(2AM) 멤버 이창민이 '미투' 운동에 관한 의혹에 휩싸였다가 억울한 루머였음이 밝혀진 것. 평소 건실한 이미지를 쌓아왔던 두 사람이었기에 근거 없는 폭로와 루머가 더욱 질타를 받았다.

김흥국의 경우 보도부터 무혐의까지 가장 극적인 진실 공방 양상을 보였다. 그는 3월 14일 종합편성채널 MBN '뉴스 8'을 통해 지난 2016년 한 여성을 호텔에서 성폭행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폭로자는 같은 달 23일 광진경찰서에 김흥국을 강간·준강간·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 사건으로 고소하기도 했다. 그러나 다음 달 8일 경찰서는 김흥국을 무혐의로 판단하고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하며 사건을 마무리했다.

최근에는 그룹 일급비밀 멤버 이경하가 강제추행 혐의로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져 파문을 빚었다. 소속사 측은 항소 계획을 밝히며 혐의를 강력하게 부인했으나, 그와 별개로 1심 선고를 숨기고 활동한 점으로 강한 비판을 받았다. 또한 트로트 가수 신웅은 2014년부터 2015년까지 작사가 A 씨를 비롯해 여성 3명을 성폭행, 성추행 한 혐의로 기소됐다. 하지만 그는 티브이데일리에 "강간은 인정할 수 없다"며 "불륜 사이였다"고 혐의를 강력 부인한 상태다.

치열한 진실 공방을 벌인 가요계의 양상은 '미투' 운동을 통한 폭로 속에 대중의 공분과 광기를 희석시켰다. 폭로에 대한 내용을 무턱대고 믿어서는 안 된다는 경각심을 심어준 것. 그러나 추문에 휩싸인 아티스트들의 떨어진 신망은 회복할 길이 없어 안타까움을 자아내기도 했다. 더불어 대중으로 하여금 성추문에 노출될 상황 자체를 만들어선 안 된다는 엄격한 도덕성을 요구하도록 만들었다.

◆ '미투' 그 후

분야를 막론하고 쏟아지는 성추문 속에 가해자로 지목된 연예인들은 크게 세 가지 반응을 보였다. 완전한 부인 후 강경 대응, 인정 후 사과 및 자숙, 합의한 관계라는 절반의 사과. 이들 대부분은 성추행 및 성폭행 범죄자들이 밟는 초기 단계와 흡사한 양상을 보여 더욱 대중을 실망케 했다.

무엇보다 주목할 만한 점은 폭로 직후부터 피해자들에 대한 2차 가해와 피해가 극심해졌다는 것이다. 최근에도 불거진 조재현의 후배 여배우 성폭행 사건의 경우, 해당 여배우가 재일교포에 2001년 인기 시트콤에 출연한 점이 알려지며 피해자 검색이 빗발쳤다. 이에 조재현의 성폭행 의혹 자체보다 피해를 폭로한 여배우가 누구인지에 대한 화제성이 더욱 높아졌다.

심지어 피해자들이 직접 정체를 드러내며 보복을 감수하고 용기 내 자신의 피해 사실을 고발한다는 '미투' 운동의 취지와 의미조차 2차 피해로 인해 퇴색됐다. 익명으로 피해를 고발할 경우 피해자들의 진정성이 의심된다는 악플이 빗발쳤고, 실명을 공개할 경우 얼굴을 공개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얼굴을 공개할 경우 대가성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까지 이어졌던 것.

사실 이 같은 문제는 단순히 연예계를 넘어 한국 사회 전반의 '미투' 운동에 대한 해결 및 대책과 직결된 문제였다. 이에 연예계 '미투' 운동은 단순히 배우, 감독 등 일부 유명 인사 개개인의 성추문 의혹에 그치지 않았다. 고발당한 인물들이 유명인으로서 널리 영향을 행사할 수 있는 만큼 연예계와 한국의 '미투' 운동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있는 모양새다. 각각의 의혹들이 어떻게 마무리될지, 끝까지 눈을 떼지 말아야 하는 이유다.

[티브이데일리 연휘선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티브이데일리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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