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홈
방송
예능
기자칼럼

[TV공감] 오랜 친구 ‘무한도전’의 종영을 앞두고

2018. 03.14. 14:45:00

무한도전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2006년부터 2018년, 약 12년에 걸친 시간이다. 특히 이 시기 2,30대를 보낸 이들이라면 감회가 더 할 테다. 무모해도 되고 무모하고 싶을 시기를, 절대 무모할 수 없게 만드는 세계에서 우릴 대신해 여러 무모한 행동들을 해준 게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이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위로와 힘을 얻으며 즐거이 버텨서 지금까지 살아낼 수 있었다.

첫 시작은 대한민국 평균 이하의 사람들을 모아 어디에도 없을, 괴이한 게임을 펼치는 예능 프로그램의 등장이었다. 몸에 딱 붙는 옷, 일명 ‘쫄쫄이’를 입고 지하철과 달리기 경주, 목욕탕 배수구와의 물 빼기 경합 등, 얼핏 참신함이 느껴지거나 무리해 보일 수 있는 프로그램의 연속이어서 초반의 반응은 극과 극이었다. 마니아가 되거나 눈살을 찌푸리거나.

물론 한 회 한 회 거듭할수록 전자에 속한 사람들이 늘어났다. 웃음을 주는 데에만 급급하다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기획 하나하나에 세계와 사람들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이 배어 있더라. 어떤 경우엔 교양 프로그램인가 싶은 착각마저 들 정도로 바른 목적을 가진 기획들이 있어, 시청자들은 때때로 제작진의 의도를 파악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기도 했다.

‘무한도전’을 이야기할 때면 절대 빼놓을 수 없는 게 캐릭터이리라. 많은 이들이 오고 가다, 유재석, 박명수, 정준하, 정형돈, 노홍철, 하하(하동훈)로 고정되었고 그 이후 몇 번의 변동을 거쳐 현재의 모양새(유재석, 박명수, 정준하, 하하, 양세형, 조세호)를 갖추었다. 프로그램 내에서 이들은 마치 드라마의 등장인물들처럼 각자 부여 받은 캐릭터로 존재한다. 물론 실제 이미지를 기반으로 만든 거라 위화감은 없었으며 이제는 방송에서 비춰진 모습과 다를 거란 생각조차 할 수 없다.

한마디로 밀착형 캐릭터인 이들이 가진 가장 흥미로운 성격은, 스스로를 대한민국 평균 이하라 부르는 데 스스럼이 없었다는 점이다. 부끄러워하거나 감추는 기색도 없고 오히려 인정하고 자부하는 느낌이 강했다 할까. 이는 제작진들이 던져 주는 여러 미션들을 대하는 자세에서도 드러났다. 서로를 이기기 위해 치졸하고 비루한 모습으로 경쟁에 임하다가도 결국엔 그들 나름의 방식, 그들이 가진 모든 흥과 재미를 내뿜는 것으로 마무리하곤 했으니까.

‘무한도전’에서의 경쟁은 사실상 무의미했다. 구도는 그러했지만 그들의 경쟁은 철저히 ‘재미’만을 목적으로 둔 것이었던 까닭이다. 그러다 보니 각 기획이 가진 본질적인 의미가 더 부각되었으며, 세상에서 우리와 별 다를 것 없는 처지인 멤버들이 서로 이기기 위한 것도 아니고 진정한 의미에서의 ‘사는 재미’를 제공하기 위해 모든 힘을 쏟아가며 임한다는 게 어느 순간 감동으로, 위로로 격려로 다가왔다.

이쯤부터다. 더 이상 ‘무한도전’이 우리에게 단순한 예능 프로그램이 아니라 그 이상의 것이 된 때가. 우리의 고된 시간들을 여러 가지 웃음으로 함께 버텨내 준 친구, 종종 모자라고 부족한 모습이 우리와 닮아 있어 더 마음이 가고 정이 간 친구, ‘무한도전’의 종영을 앞두고 마치 오래된 친구와 헤어져야 하는 슬픔을 느끼고 있는 우리의 마음에서 새삼 깨닫는 ‘무한도전’의 의미다.

이제 와서 하는 말이지만 우리는 그저 그들과 보내는 시간이 좋았다. 솔직히 재미를 따지며 보는 단계는 이미 지나지 않았나. 보통의 친구 사이가 그렇듯, 어떤 목적이 있어 만나는 게 아니라 그저 함께 시간을 쌓는 일만으로 충분한, 때로는 서로에게 조언도 해주는 어떤 허물도 꿍꿍이도 없는, 그저 진솔하기만 한 사이에서, 특별히 추구해야 할 재미가 뭐가 있단 말인가.

그럼에도 순순히 헤어짐(잠깐의)을 받아들이며 보내주는 이유는, 그간의 노고를 너무 잘 알고 쉬기로 결단하게 된 생각의 시작점을 신뢰하기 때문이다. 우리의 따뜻한 추억은 단단히 봉인해 둘 터이니 우리의 오랜 친구 ‘무한도전’이여, 언제든 다시 돌아오길 바라 마지 않는다.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news@tvdaily.co.kr / 사진출처=MBC]
많이 본 기사
최신 연예 뉴스

기사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