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톡] '거물' 하비 웨인스타인 성범죄, 30년만에 폭발한 할리우드 ★

2017. 10.11. 11:11:11

하비 웨인스타인 비난한 할리우드 스타들

[티브이데일리 한예지 기자] 최근 미국 연예계가 발칵 뒤집어졌다. AP, CNN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미국 할리우드 유명 프로듀서 하비 웨인스타인이 지난 수십년간 성범죄를 저지른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며 파문이 일었던 것.

하비 웨인스타인의 성범죄 사실을 최초 보도한 것은 지난 5일(현지시각) 미국 유력 일간지 '뉴욕타임스'를 통해서였다. 하비 웨인스타인은 자신의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무려 30여 년 동안 수많은 여배우에 성폭력을 저질렀고, 이를 은폐하기 위해 일부 여성들과 법적 합의도 했다고 보도했다.

애슐리 주드는 '키스 더 걸' 촬영 당시 하비 웨인스타인이 호텔 방으로 불러 가보니 나체 상태로 나타나 마사지를 해주거나 자신이 샤워하는 것을 지켜볼 것을 요구했다고 했고, '스크림'에 출연한 여배우 로즈 맥고완은 1997년 한 영화제에 참가했다가 호텔 방에서 웨인 스타인에 성폭행을 당했지만 합의하는 대신 이를 비밀에 부치기로 한 것이 드러나기도 했다. 또한 자신의 회사 여직원들에게도 성관계를 하면 경력을 키워주겠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화려한 미국 쇼 비즈니스 세계의 추악한 이면이 드러나며 전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할리우드 배우들의 폭로가 계속되고 있다.

헤더 그레이엄은 10일 버라이어티 기고문을 통해 하비 웨인스타인이 2000년대 초반 시나리오를 쌓아놓고 마음에 드는 것을 고르라고 하며 성접대를 제안했음을 폭로했다. 그동안 밝히지 못했던 것에 죄책감을 느끼지만, 많은 여성들이 이같은 상황을 말할 수 있길 바란다고 용기를 냈다.

같은 날 뉴욕타임스는 기네스 팰트로와 안젤리나 졸리 또한 하비 웨인스타인으로부터 성추행 및 성희롱을 당했다고 보도했다. 기네스 펠트로는 '엠마' 주연으로 캐스팅됐을 당시인 22세, 하비 웨인스타인이 자신의 호텔 방으로 불러 그의 손을 잡고 마사지를 요구했다고 폭로했다. 당시 남자친구였던 브래드 피트에게 이 사실을 알렸으며 브래드 피트는 하비 웨인스타인에게 경고를 했지만, 하비 웨인스타인은 기네스 펠트로에 다른 사람들에 말하지 말라며 위협했다고. 안젤리나 졸리 또한 1998년 영화 '라스트 타임' 당시 같은 일을 당했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하비 웨인스타인은 여성 성폭행 피해자 변호사의 이야기를 영화로 제작하고 페미니즘 운동에 기부하는 등 여성 인권을 위해 힘써왔던 인물이었던만큼 충격은 더욱 거세다. 하지만 할리우드에선 하비 웨인스타인의 성스캔들은 이미 공공연히 알려진 상황이었고 뒤늦게 밝혀진 것이란 의견이 주를 이룬다.

그만큼 하비 웨인스타인이 미국 연예계를 좌지우지하는 거물이기 때문. 그는 1979년 미라맥스 스튜디오를 설립해 '굿 윌 헌팅' '펄프픽션' 등으로 성공을 거뒀고, 미라맥스 매각 후 웨인스타인 컴퍼니를 설립해 '잉글리시 페이션트' '셰익스피어 인 러브' '킹스 스피치' 등 할리우드 대표 흥행작들을 연신 내놨다.

그의 영향력은 비단 쇼비즈니스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었다. 하비 웨인스타인은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부부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등 민주당 대통령 후보에도 거액을 기부한 후원자 역할을 했다. 이로 인해 할리웃의 담합, 은폐 의혹도 불거졌다.

특히 '굿 윌 헌팅'으로 하비 웨인스타인과 인연을 맺은 맷 데이먼은 13년 전 하비 웨인스타인의 성추행 보도를 막으려고 압박을 가했단 주장도 제기돼 화제가 됐다. 하지만 맷 데이먼은 즉각 영화매체 데드라인과의 인터뷰를 통해 "그의 성추문 사실을 전혀 몰랐다. 당시 하비가 왁스먼 기자가 하비와 함께 일한 영화 제작자에 대한 부정적 기사를 쓰려 하니 그 제작자와 일했던 나의 경험을 말해달라고 요청했고, 단지 그 얘기로 짧게 통화했을 뿐 성추행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었다"고 했다.

그는 하비 웨인스타인의 성추문 범죄와 엮인 것에 "몹시 당황스럽다. 이번 사건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내 이름을 언급하고 있다. 정말 무섭다"고 불편함을 드러내면서도 "하비의 성추행은 정말 끔찍한 일이다. 이를 폭로한 여성들은 정말 용감하다. 우리 아내와 딸, 어머니를 위해 이런 사건이 다시는 발생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2차 피해자가 발생할 우려도 야기된 가운데 하비 웨인스타인을 맹비난하는 영향력 강한 스타들의 목소리도 힘을 얻고 있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자신의 SNS를 통해 "성희롱이나 성폭력에 대해선 당사자가 누구든, 무슨 일을 하던 변명의 여지가 없다. 앞으로 나와 목소리를 낸 여성들의 힘과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고 하비 웨인스타인 성범죄 행각을 폭로한 여배우들을 지지하고 응원했다.

조지 클루니 또한 "이같은 사건이 다신 발생해선 안 된다. 많은 할리우드 관계자들은 그렇지 않지만 웨인스타인 같은 사람이 더 있다. 이런 보도는 우리가 깨끗해 질 수 있는 첫 걸음이 될 것"이라고 했다. 또한 "먼저 피해자를 존중하고 용기있는 고백을 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소신을 밝혔다. 벤 에플랙은 "자신의 위치와 권력을 이용해 많은 여성들에 성적으로 추행하고 조롱하는 행위에 분노한다. 마음이 아팠다"며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을 수 있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지 스스로에 물어본다"고 했다.

하비 웨인스타인이 제작한 영화 '커런트 워'에 출연한 베네딕트 컴버배치는 평소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진만큼 "하비 웨인스타인의 끔찍하고 용서받을 수 없는 행동이 완전히 역겨웠다"고 격하게 분노했다. 또한 "우리는 집단적으로 일어나서 그를 대적하고 여성들과 함께 학대받은 희생자들을 지지해야 한다.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다른 사람들의 지원이 절실히 요구되고, 우린 더 이상 기다려선 안 된다. 우린 영화 산업으로서 그리고 사회 전체로서 우리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하비 웨인스타인과 가까운 사이였고, 페미니즘의 뜻을 같이 했던 메릴 스트립 역시 충격과 배신감에 휩싸였으며 "지금까지 그를 옹호하고 지지했던 사람들이라면 소름이 끼칠 것이다. 그의 과거를 폭로하기 위해 목소리를 높인 용기있는 여성들은 우리의 영웅"이라고 했다. 맨디 무어는 "용감한 여성들에 지원을 보낸다"고 했다.



이밖에도 미국 배우-텔레비전 라디오 예술인 조합(SAG-AFTRA)은 공식 성명서를 통해 "우리는 저명한 산업 고용주들을 경험한 부끄럽고 공격적이며 부적절한 행동에 대해 이야기해온 모든 여성들의 용기와 솔직함을 칭찬한다. 모든 사람은 차별과 괴롭힘이 없는 환경에서 일할 권리가 있다"고 입장을 내놨다. 특히 "하비 웨인스타인의 주장은 혐오스럽고 받아 들일 수 없다. 우리는 '뉴욕 타임스'가 이 사건에 대한 의혹을 밝힌데 대해 찬사를 보낸다"고 지지했다.

현재 하비 웨인스타인은 자신이 설립한 회사에서 해고되는 수모를 겪었고, 그의 부인 조지나 채프먼은 미국 언론 피플지를 통해 "여성들이 받은 고통이 나를 아프게 한다"며 공식 이혼 발표를 했다. 하비 웨인스타인은 이같은 사태에 "나로 인해 고통받은 사람들에 사과한다"고 하면서도 성범죄를 최초 보도한 '뉴욕타임스'에 대해선 거짓말과 명예훼손이 가득하다며 소송의 뜻을 밝힌 상태다.

미국의 거대 미디어 산업을 이끌어가는 대중문화 리더로서 막중한 사명감과 책임감을 기본으로 갖춰야 할 필요가 있음에도, 이처럼 성범죄 폭로에 휩싸인 하비 웨인스타인의 모습은 화려한 쇼비즈니스 이면의 추악함을 드러내며 불쾌함을 야기했다. 하지만 이로 인해 미디어 산업, 나아가 사회적 경각심을 일깨우고 있는데 동참하는 할리우드 배우들의 용기 있는 폭로와 응원, 지지들은 또 하나의 위안과 희망이 되고 있다.

[티브이데일리 한예지 기자 news@tvdaily.co.kr/사진=AP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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