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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공감] '생동성 연애' 윤시윤이 살린 찌질한 청춘의 쾌감

2017. 02.17. 13:32:18

생동성 연애 윤시윤

[티브이데일리 윤혜영 기자] 청춘의, 청춘에 의한, 청춘을 위한 제대로 된 드라마가 탄생했다.

16일 밤 첫 방송된 MBC 드라마 '세가지색 판타지-생동성 연애'(극본 박은영·연출 박상훈, 이하 '생동생 연애')에서는 눈치도, 센스도 없는 경찰 공무원 준비 4년 차 고시생 소인성(윤시윤)이 초능력을 얻게 되는 과정이 그려졌다.

총 8번의 낙방 전문가 소인성은 말 그대로 찌질한 인생의 극을 달리고 있었다. 이번에도 시험엔 어김없이 떨어졌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여자친구 왕소라(조수향)에겐 이별 통보를 받았다. 여기에 편의점 알바 사장의 횡포로 시급을 다 뜯겼고, 월세가 밀리면서 고시원에서도 쫓겨났다. 그런데 왕소라는 지난해 공무원 시험에 당당히 합격해 순경이 된 공무(김민수)와 썸을 타는 것 같다.

벼랑 끝에서 소인성은 '생동성 실험'이라는 고액 알바를 보고는 고민 없이 참가했다. 부작용이 있을 수도 있는 다소 위험한 실험. 소인성에게도 부작용이 찾아왔다. 점프력은 말도 안 되게 높아졌고 멀리서 사람들이 대화하는 소리까지 모두 들을 수 있었다. 달리기 속도는 말할 것도 없고 다쳐서 난 상처까지 곧바로 나아버렸다. 좋은 부작용이 온 것이다.

이후 소인성은 환골탈태했다. 스타일을 바꾼 그는 위험에 처한 여성까지 구해주며 찌질이 삶을 벗었다. 자타공인 퀸카도 그에게 매달리기 시작하면서 왕소라에게 달라진 상황을 과시하듯 뿌듯감을 느끼는 그였다.

이 시대 청춘들의 이야기에 판타지 요소를 가미한 '생동성 연애'는 노량진 고시촌이라는 배경과 생동성 알바라는 소재를 활용해 짠내나는 청춘들의 실상을 가감 없이 담아냈다.

드라마는 연애도 뒤로 미룬 채 공무원 시험 준비에 올인하지만 어쩔 수 없이 생계를 위해 여러 알바를 전전해야 하고, 그곳에서조차도 갑질을 당하며 눈물을 삼켜야 하는 청춘들의 단면을 그대로 보여줬다. 그러면서도 써머리 공유 하나 없고 학원 자리도 안 맡아주는 인간미 없는 야멸찬 인간만이 시험에 합격하는 치열한 경쟁 사회는 씁쓸함마저 자아냈다.


특히 '생동성 연애'는 소위 말하는 '찌질한' 디테일을 매 순간 살리며 현실감을 높였다. 소인성은 빨리 생리대를 사고 편의점을 나가고 싶은 여성에게 다른 생리대를 권하며 기능을 상세히 설명하는가 하면 편의점 사장에게 시달리다 '상상으로만' 그를 응징했다. 게다가 유통기한이 임박한 제품을 뒤로 밀어놨다가 몰래 챙겨 나오고, 여자친구의 결별 통보에 충격을 받았음에도 다시 돌아가서 놓고 온 삼각김밥을 챙겨오며 찌질함의 극치를 달렸다.

소인성뿐만 아니라 공무원 준비 중인 소인성의 절친 조지섭(강기영) 역시 고시생의 웃픈 현실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어 고깃집에 들어가 "고기 먹으러 올 거예요. 조만간"이라며 무료로 제공되는 아이스크림만 퍼 오는 모습, 식당 반찬을 리필해 몰래 싸오는 모습, 마트 시식 코너에서 "요거 괜찮네"라며 이쑤시개로 음식을 여러 개 집는 모습, 화장품 멀티숍 샘플을 활용해 로션과 왁스를 바르는 모습 등이 그 예.

이런 상황에서 소인성이 영웅으로 거듭나는 모습은 묘한 카타르시스를 줬다. 초능력을 얻는다는 판타지적 설정은 사실 공감을 주기 어려울 법했지만 워낙에 디테일이 처절하고 사실감 있게 쌓이면서 "나 소인성은 더 이상 찌질이가 아니다. 한심하고 지긋지긋했던 28년 오욕의 세월을 뛰어넘어 새롭게 태어났다"고 선언하는 소인성을 도리어 응원하게 만들었다.

이 같은 여러 설정은 배우들의 연기력과 맞물리면서 더욱 현실감을 입었다. 윤시윤은 답 없는 더벅머리에 누렇게 늘어난 흰색 티셔츠, 기마자세를 취하고 있는 듯 무릎이 나온 트레이닝 복을 입으며 외양부터 확실히 망가졌고, 버벅대는 말투와 어눌한 걸음걸이로 소인성을 표현해냈다. 초능력을 얻었음에도 어리바리한 모습을 어느 정도 유지하면서 서서히 영웅처럼 변해가는 윤시윤의 연기력은 극과 극을 달리는 캐릭터의 이질감을 줄여줬다.

강기영의 생활 밀착 연기도 빛났다. 그는 더없이 찰진 대사 소화력과 막말에 가까운 팩트 폭력, 허세까지 곁들이며 극의 감초 역할을 톡톡히 했고, 조수향은 초점 없는 눈빛과 파리한 얼굴로 고시 준비 스트레스에 대책 없는 남자친구까지 희망을 잃은 왕소라의 면면을 그려냈다.

지독히 현실적이면서도 비현실적인 판타지 '생동성 연애'가 그려낼 찌질한 청춘들의 반전 대역전극은 단막극이라는 한계를 뛰어넘고 청춘들에게 희망을 주는 수작으로 남을 수 있을까. 관심이 집중된다.

[티브이데일리 윤혜영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MBC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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