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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노키오' 신정근 "진경과 재결합? 그럼 진짜 드라마지" [인터뷰]

2015. 01.17. 16:29:45

피노키오 종방, 신정근 인터뷰

[티브이데일리 한예지 기자] 배우 신정근은 실제로도 '아빠'같은 사람이었다. 퉁명해 보이는 말투에는 진심이 담겨 있었고, 무심한 듯한 속내엔 자상함이 스며있었다. 스스로를 대단할 것 없는 사람이라고 평가하지만 존경하지 않을 수 없는 '아빠'의 모습이었다.

최근 종영된 SBS 수목드라마 '피노키오'에서 신정근이 맡은 최달평은 무릎 늘어난 추리닝 차림에 번듯한 직업 없는 반백수에 가깝고, 하필 아침 출근 시간 화장실 전쟁이 벌어질 때 무시무시한 '응가테러'를 하는가 하면 딸의 연애사를 뒤에서 가자미눈으로 지켜보는 잔소리쟁이다. 가뜩이나 기자출신 앵커로 전국민이 다 아는 성공한 커리어우먼 엄마와 이혼해 상대적으로 아주 가끔, 정말 창피하게 여겨질 때도 있다.

그러나 그런 그의 지난 시절은 한 때 잘나가는 금융인이었고, 은행장의 불법 비리를 고발하며 이를 바로잡았다. 그 대가는 내부고발자가 돼 직원들로부터 투명인간 취급을 당하다 결국 사표를 쓰고 지금에 이르렀지만, 딱 한 번 눈 감으면 미래가 보장되는 사회에서 아빠의 선택은 단호했고 지금의 인생을 후회하지 않았다.

그랬기에 남들에게는 아빠의 모습이 초라하고 볼품없어 보일지라도 그는 '정의로운 영웅'이자 존경할 수밖에 없는 단 하나의 슈퍼맨이었다.

신정근은 이번 역할에 대해 "집에서도 아내랑 딸이 진짜 내 모습이랑 똑같다고 하더라. 감시하고 머리카락 주우라고 잔소리하고 그러니까 '아빠는 왜 저기서도 그러냐'고 하더라"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그는 "그런데 생각해보면 사실 하는 작품마다 실제 나랑 흡사한 것 같더라. 양아치같은 역할 할 땐 또 그것도 비슷하고 연기를 할 때 즐겁단 생각이 들면 비슷하더라. 일상적이지 않고 꾸며진 느낌을 싫어한다. 의상팀이 이번 드라마 촬영 전에 옷을 몇 벌 가져다 줬는데 그냥 트레이닝복 달라고 했다. 밖에서도 후줄근한 잠바 입고, 수염도 신경 안 쓰고, 그런 친근하고 인간적인 모습이 좋다"라고 이야기했다.

굳이 부성애를 강조하려 억지로 설정하기보다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뭉클한 감동을 준 것은 이처럼 배우 신정근의 연륜이 묻어난 연기력 때문이었다.

그는 "연극을 오래 하다보니 실제 공연 중에도 90%를 웃기다가 단 10%로 사람을 울린다. 웃기는 상황인데 관객들은 울고 있는 건 꼭 진지하지 않아도, 자꾸 설명하지 않아도 충분히 공감했다는 거다. 그런게 좋다"라고 설명했다.



실제 분노의 양치질 신이나 화장실 테러 신 등 숱한 웃음포인트로 전반적인 유쾌함을 담당한 그였지만, 극 중 이종석이 형에 대한 죄책감에 변희봉에게 파양을 요구하고 집을 떠나려 할 때 이를 말리는 장면과 이후 그의 집에 찾아가 주인 아주머니에게 "우리 형님이다"라고 연락처를 남기는 모습은 꾸미지 않은 자연스러운 감동을 줬다.

신정근은 "대본을 보면서부터 눈물이 났던 장면이 종석이한테 '가지마라'고 말하는 신이었다. 정말 안 울려고 노력했다. 서로 쳐다보면 눈물이 날 것 같아서 시선도 안 마주쳤다"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처럼 이들 가족의 모습은 평범지만 따뜻하고 인간미가 넘쳤다. 신정근 역시 이를 인정하며 "아버지(변희봉)랑 아웅다웅 하는 신이 좋았다. 달평이가 늘 아버지한테 툴툴대도 말을 잘 듣는다. 아버지 쓰러지실까 걱정하고 그래서 종석이도 형님으로 모신 거고, 아버지에게 베개 맞을 때도 애드리브로 '아버지 잘못했어요'라고 하다가도 '사랑해요 아버지'라고 껴안고 늘그막한 애교를 부렸다"라며 "실제로 아버지한텐 그렇게 못하는데 좋은 작품은 배우의 인간성까지 회복하게 하더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딸 박신혜와 아들 같았던 형님 이종석 또한 드라마를 촬영하는 동안은 친가족과도 같았다고. 그는 "애들이 아빠라고 부르더라. 신혜한테는 특히 고마웠던 게 딸처럼 살갑게 먼저 와서 어깨동무도 하고 목도 조르고 뽀뽀도 하고 거리낌 없이 대하니까 나 역시도 친딸 대하듯 하게 되더라. 만약 내가 딸이 없었다면 조심스러웠겠지만 실제로 딸한테 하듯 '이 기집애가'라고 욕도 하고 잔소리도 하고 그런 면에서 더 자연스러웠던 것 같다"라고 했다.

이어 "애들이 참 착했다. 어떤 배우들은 차에서 대기하고 그러는데 애들은 촬영도 많아서 피곤하고 힘들텐데 늘 대기실에 와 있고 그러더라"며 "그러니까 대사를 틀려도 마음이 가고 안쓰럽고 예뻐보였다"라고 그 역시도 이종석 박신혜를 친자식 못지않은 애정으로 대했음을 드러냈다.

이런 호흡들이 자연스럽게 극 중에도 묻어났던 게 아닐까. 마치 어딘가에서 존재하며 함께 살아가고 있을 것 같은 이들의 뭉클한 가족애가 남긴 여운은 여전했다. 또한 최달평과 달라진 송차옥(진경)이 재결합을 했을지의 여부도 궁금해지는 게 사실이다.

이에 신정근의 대답은 노였다. 그는 "성격상 안 될 것 같다. 헤어진 사람들 다시 만나면 그건 정말 드라마다"라고 혀를 내둘렀다. 극 중 이종석 박신혜가 결혼까지 골인한 결말도 어찌보면 현실불가한 얘기다. 부모님은 죽었고, 형은 살인자에, 어쩌다보니 삼촌과 조카의 사랑이 맺어진 것이니 텍스트 상으로는 절대 불가한 이야기다. 신정근은 "현실이라면 거부하겠지만, 그래도 딸 역시 한 번 사는 인생이니까 자식이 그렇다면 이길 수 있는 부모가 있을까 싶다"라며 "딸 편에 서면 종석이지만 그래도 아빠 마음에선 김영광을 택할 것 같다. '로미오와 줄리엣'에서도 줄리엣 오빠같은 배역을 좋아하는데 영광이도 나중엔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니까"라고 가벼운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을 전했다.



그는 현실을 반영한 듯한 드라마 속 이야기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해나가는 과정과 사건들이 좋았다"라고 소회를 전했고 내부고발에 대해서도 "큰 부와 명예를 갖고 있어도 탈무드처럼 누군가에게 지침이 되느냐 아니냐는 차이가 있다. 누군가가 인정해주면 되는 거다"라고 짧지만 강한 소신을 전했다.

또한 실제 극 중에서처럼 조금은 언짢은 기사가 있었다고. 그는 "'만찢남'이란 표현이 이상하게 못마땅하더라. 최근 '미생'에서 성민이 연기를 잘 봤다. 그냥 딱 이 시대 아버지 애환이 그대로 있더라. 애들은 커가고, 미래는 막막하고 일부러 허세를 부리기도 하고 그런 아버지 모습이 그대로 있었는데 원작과 비교하고 '만찢남'이라고 하는데 원작과 조금 바뀌면 어떠느냐. 배우가 캐릭터에 생명을 불어넣었고 눈빛과 연기 대사에 악센트를 넣는 건 그런 의미인데 그걸 그저 '만찢남'이라고 표현하는 게 아쉽더라"고 설명했다.

'피노키오' 최달평은 신정근 이외의 다른 배우를 생각할 수 없을만큼 맞춤형 배역이었다. 그러나 주로 브라운관보다 스크린에 더 얼굴을 자주 비추는 그다. 이유는 간단했다. 영화는 대본이 다 나와 있어서 쫓기듯이 캐릭터를 만들어가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라고.

최근 예능프로그램을 통해 수혜를 입는 조연 연기자들도 많다. 그 역시도 과거 '런닝맨' '해피투게더' 등을 통해 '진짜' 그의 모습을 노출시켰고 이는 조금 더 다양한 각도로 배우 신정근을 느끼게 한 계기가 되기도 했다. 신정근은 "난 득을 봤다고 생각한다. 솔직히 예능 출연으로 덕 보기가 쉽지 않은데 예전같았으면 교양 없고 무식하다고 싫어했겠지만 요즘은 좋게 봐주는 것 같다"라며 "예능 욕심은 없는데 하게 되면 '꽃보다 할배'처럼 여행 다니며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면서도 많은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예능이 좋은 것 같다"라고 전했다.

이처럼 소탈한 신정근은 평소엔 술도 좋아하고, 출근하듯 산에 오르는 일상을 보낸다고 했다. 만약 연기를 안 했다면 여행을 다니거나 한옥집을 만드는 목수가 되고 싶었을 것 같다고 말하다가도 "잘 모르겠다. 뭘 열심히 한 적이 없어서"라고 이내 심드렁해지는 그다.

그러나 말과는 달리 그를 거쳐간 작품들은 일일히 셀 수 없을 정도인데다 연기 경력 또한 연극 무대까지 포함해 인생의 절반에 달하지만 여전히 쉼 없이 배우를, 그리고 연기를 갈망했다. "캐릭터를 머리로 이해하느냐, 몸으로 기억하느냐 한다면 나는 연습이다. 재주가 없어서 무조건 연습량이 답이다"라는 신정근이다.

기억 안 날만큼 숱한 캐릭터를 연기한 그이지만 그 역시도 갈망하는 캐릭터는 있었다. 영화 '스카페이스'의 알파치노같은. ‘나이가 있으니 말론 브란도 역을 주겠지만’이라고 다시금 심드렁한 그였지만 "40대 중반까지 나만 잘되려고 돌진하는 편이었다. 지금 되니 포기했다 쳐도, 이젠 선배들과 후배들의 중간에서 더 단단해져야 겠단 생각이 들더라. 쉽게 흥분해서도 안 되겠고 그래서 배우를 하는 동안은 건강하게, 상대에게 편안함을 주는 배우가 되자는 게 목표다"라고 속내를 전했다.

이어 "기가 막히게 어시스트를 해 줄 수 있는 배우가 되는 거다"라고 조금 웃어보였다. 욕심을 부리지 않고 자신을 낮추고, 그저 배우로서 충실히 제 몫을 해내며 살아가고 있음이 보여지는 그는 스포트라이트가 자신을 향해 있지 않더라도 충분히 근사한 멋을 가진 진짜 '배우'였다.



[티브이데일리 한예지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조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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